워런 버핏이 지금 이 주식을 사는 이유 | 처브(Chubb) 비밀 매수의 진실
💡 핵심 요약
- 버핏의 현금 확보와 비밀 매수: 3,730억 달러라는 역대 최대 현금을 쌓으면서도, SEC에 비밀 유지를 요청하며 유일하게 쓸어 담은 종목이 ‘처브(Chubb)‘입니다.
- 처브를 선택한 3가지 이유: 버핏이 가장 잘 아는 보험업의 ‘플로트(Float)’ 구조, 업계 최고의 언더라이팅 능력, 그리고 배당 귀족으로서의 재무적 안정성 때문입니다.
- 추격 매수의 함정: 13F 공시를 보고 뒤늦게 따라 사는 것은 ‘안전마진’이 사라진 상태에서의 투기적 접근일 수 있습니다. 가격이 아닌 내재가치에 집중하는 ‘머니 마인드’가 필요합니다.
2025년 말, 버크셔 해서웨이의 현금 보유고는 3,730억 달러 (약 510조 원)를 넘겼습니다. 전 세계 상장기업 중 단연 1위입니다. 동시에 13분기 연속 주식을 순매도하며 시장에 거리를 두는 버핏을 보면서 많은 투자자들은 “버핏이 하락장을 예감하고 있는가?”라는 질문을 던졌습니다.
그런데 이 와중에 버핏이 SEC에 비밀유지를 요청하면서까지 조용히 지분을 늘려온 종목이 있습니다. 손해보험사 처브(Chubb, 티커: CB) 입니다.

현금 3,730억 달러, 버핏은 무엇을 기다리고 있나

2023년 말 대비 2025년 말 버크셔 포트폴리오의 실질적 변화. 애플 비중이 48%에서 28%로 축소된 반면 기타 종목 비중이 대폭 확대됐습니다.
로버트 해그스트롬의 『워런 버핏 웨이』에서 버핏의 스승 벤저민 그레이엄은 주식시장을 ‘미스터 마켓(Mr. Market)’ 이라는 감정 기복이 심한 동업자에 비유했습니다. 그는 어떤 날은 극도의 낙관으로 비싸게 주식을 사라 하고, 어떤 날은 공포에 빠져 헐값에 팔겠다고 합니다. 현명한 투자자는 미스터 마켓의 기분에 동요하는 게 아니라, 그가 비합리적으로 비관에 빠져 있을 때만 거래에 응합니다.

2023년부터 2025년 말까지 버핏이 주식을 순매도하며 쌓은 현금 규모는 전례가 없는 수준입니다. 특히 버크셔의 핵심 자산이었던 애플(AAPL) 지분을 2023년 말 약 9억 주에서 2025년 3분기 말 기준으로 75% 이상 줄였습니다.
버핏이 주주서한에서 직접 밝힌 매도 이유는 세 가지였습니다. 포트폴리오 집중 리스크 해소, 주가 고평가에 대한 판단, 그리고 향후 자본이득세율 인상에 선제적으로 대응하는 세금 전략입니다. “애플이 싫어진 게 아니라, 너무 많이 가진 것을 정리한 것”이라는 취지였죠.
| 지표 | 수치 |
|---|---|
| 2025년 4분기 말 현금 보유 | 3,731억 달러 |
| 연속 주식 순매도 기간 | 13분기 (2022년 4분기~2025년 4분기) |
| 애플 지분 감소율 (2023년 말 대비) | 약 75% 축소 |
| 자사주 매입 재개 여부 | 수분기 연속 중단 |
자사주 매입을 멈췄다는 점도 시사하는 바가 큽니다. 버핏 기준에서 자사주 매입은 버크셔 주가가 내재가치 대비 저평가됐을 때만 하는 행동입니다. 현재 버크셔 주가도 “싸지 않다”고 판단하고 있다는 의미입니다.
그럼에도 그가 멈추지 않은 매수가 하나 있었습니다.
베일을 벗은 ‘비밀의 주식’ — 처브(Chubb)의 정체
버크셔 해서웨이는 2023년 3분기부터 처브 주식을 매집하기 시작했습니다. 이 사실은 약 1년 가까이 세상에 알려지지 않았습니다. 버크셔가 SEC에 13F 공시에서 해당 종목을 ‘기밀(Confidential)‘로 처리해 달라고 공식 요청했고, SEC가 이를 승인했기 때문입니다.
이는 드문 일입니다. 대형 투자자가 SEC에 기밀 처리를 요청하는 것은 가능하지만, 승인까지 받아내는 경우는 매우 제한적입니다. 버크셔 규모의 기관이 지분을 조용히 쌓을 때 시장에 알려지면 주가가 즉시 급등해 더 비싸게 사야 하는 불이익이 생기기 때문에 이 방법을 택한 것입니다.
결국 2024년 5월, 2024년 1분기 13F 보고서를 통해 버크셔가 약 2,600만 주, 당시 가치로 약 67억 달러 규모의 처브 지분을 보유 중임이 공개됐습니다. 시장의 반응은 즉각적이었고, 처브 주가는 공시 다음날 단기 급등했습니다.
이후 버크셔는 계속 매수를 이어갔습니다. 2025년 3분기에 약 430만 주(16% 증가), 4분기에 약 290만 주(9.3% 추가) 를 더 매수했습니다. 2025년 12월 말 기준 보유 주식 수는 3,424만 주 로, 처브 전체 발행주식의 약 8.8% 에 달합니다.
처브는 현재 버크셔 주식 포트폴리오에서 8번째 대형 보유 종목 입니다. 버핏의 평균 매수 단가는 약 주당 234달러 로 추정됩니다.
버핏이 처브에 베팅한 결정적 이유 3가지

처브의 세 가지 핵심 경쟁 우위. 이 중 ‘플로트’는 버핏이 수십 년간 가장 선호해온 보험업의 본질적 강점입니다.
1. 보험업 고유의 ‘플로트’ 구조
버핏이 보험업을 사랑하는 이유는 한 가지입니다. 플로트(Float) 입니다. 보험사는 고객으로부터 보험료를 먼저 받고, 보험 사고가 발생하면 그때서야 보험금을 지급합니다. 이 사이에 생기는 ‘미지급 보험금 풀’이 바로 플로트입니다.
『워런 버핏 웨이』에서 상세히 다루듯, 버크셔가 1976년 파산 직전의 자동차보험사 가이코(GEICO) 에 과감히 투자한 이유도 바로 이 구조였습니다. 주가가 61달러에서 2달러로 폭락한 상황에서도 버핏은 가이코의 저비용 직판 구조, 즉 플로트를 만들어내는 비즈니스 모델의 본질적 강점이 살아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훗날 버크셔는 가이코를 완전히 인수했고, 그 판단은 옳았습니다.
처브도 같은 논리입니다. 보험료를 무이자로 선수금처럼 받아 운용하면서 수익을 낼 수 있는 구조. 버핏이 이 모델을 반세기 이상 직접 운영해온 만큼, 처브가 같은 방식으로 작동한다는 사실 자체가 그에게는 가장 익숙한 ‘능력의 범위(Circle of Competence)’ 안에 있는 투자입니다.
2. 언더라이팅 능력이라는 보이지 않는 해자
처브는 단순한 손해보험사가 아닙니다. 세계 최대 규모의 상장 손해보험사 로, 54개국 이상에서 영업을 합니다. 이 글로벌 네트워크 자체가 진입 장벽입니다.
더 중요한 것은 언더라이팅 능력 입니다. 어떤 리스크를 얼마의 보험료로 인수할지를 판단하는 능력이 장기적으로 보험사의 수익성을 결정합니다. 처브는 이 능력에서 동종 업계 최고 수준으로 평가받습니다.
『워런 버핏 웨이』는 버핏이 캐피탈 시티즈/ABC 투자를 결정할 때 CEO 한 명을 믿고 버크셔 자산의 상당 부분을 맡긴 사례를 소개합니다. 버핏은 “뛰어난 경영진과 평범한 사업의 조합보다, 평범한 경영진과 뛰어난 사업의 조합이 낫다. 그러나 뛰어난 경영진과 뛰어난 사업의 조합이 가장 이상적이다”라고 말합니다. 처브의 CEO 에반 그린버그(Evan Greenberg) 는 규율 있는 자본 배분과 보수적인 언더라이팅으로 업계 내 높은 신뢰를 쌓은 인물입니다. 버핏의 기준에서 ‘합리적인 경영진’의 요건을 충족하는 셈입니다.
3. 배당 귀족 주식의 방어적 속성
처브는 30년 이상 연속 배당을 증가시킨 ‘배당 귀족(Dividend Aristocrat)’ 기업입니다. 2026년 기준 연간 배당금은 주당 3.88달러 (분기당 0.97달러)이며, 배당 성향(payout ratio)이 약 13~14%에 불과합니다.
배당 성향이 낮다는 뜻은 현재 배당금이 회사 이익으로 충분히 충당되고도 남는다는 의미입니다. 버핏이 강조하는 ‘오너 어닝(Owner Earnings)’ — 주주가 실제로 가져갈 수 있는 현금 — 의 관점에서 처브는 꾸준히 높은 잉여현금흐름을 창출하고 있습니다. 금리 불확실성이 큰 환경에서 이처럼 재무적으로 탄탄한 기업이 꾸준히 배당을 늘린다는 사실은 방어적 투자자에게 매력적으로 작용합니다.
| 처브(CB) 주요 지표 (2026년 4월 기준) | 수치 |
|---|---|
| 주가수익비율(PER) | 약 11.6~12.0배 |
| 주가순자산비율(PBR) | 약 1.7배 |
| 연간 배당수익률 | 약 1.19~1.25% |
| 배당 성향 | 약 13~14% |
| 연속 배당 증가 연수 | 30년 이상 |
| 버크셔 평균 매수 단가(추정) | 약 234달러 |
뒤늦게 따라 사는 게 정답일까 — 개인 투자자가 알아야 할 현실

버핏이 평균 234달러에 매수를 시작했을 때, 일반 투자자는 2024년 5월 공시 이후 훨씬 높은 가격에서야 이 사실을 알게 됩니다. 이 타이밍 격차가 핵심 리스크입니다.
버핏의 스승 그레이엄은 이렇게 말했습니다. “1달러짜리 증권을 50센트에 매수하라.” 이것이 ‘안전마진(Margin of Safety)‘의 핵심입니다. 내재가치보다 훨씬 낮은 가격에 사야 예측 실수와 예상치 못한 악재를 버텨낼 수 있다는 원칙입니다.
버핏이 처브를 산다는 사실을 알게 된 것은 이미 주가가 상당히 오른 다음입니다. 버핏의 평균 매수 단가는 약 234달러로 추정되지만, 2024년 5월 공시 직후 처브 주가는 이미 그보다 높은 수준에서 형성돼 있었습니다. 안전마진이 상당 부분 소진된 가격입니다.
13F 공시 자체가 최소 45일 이상 지연된 정보 라는 점도 유의해야 합니다. 미국 SEC 규정상 기관투자자는 분기가 끝난 후 45일 이내에 13F를 제출하면 됩니다. 즉, 우리가 보는 보유 내역은 이미 3개월 이상 된 과거 데이터입니다.
『워런 버핏 웨이』는 투기꾼과 투자자의 차이를 이렇게 설명합니다. “투자자는 자산이 무엇을 할 것인지에 집중하고, 투기꾼은 가격이 어떻게 움직일지에 집중한다.” 버핏의 13F를 보고 처브를 따라 사는 행위는 ‘자산의 본질’이 아닌 ‘버핏이라는 신호’에 베팅하는 것입니다. 버핏이 경계하는 투기적 속성에 가깝습니다.
처브의 잠재적 리스크 — 맹목적 추종 전에 확인할 것들
처브 투자를 고려한다면 아래 리스크도 함께 점검해야 합니다.
- 기후 관련 손실 확대: 글로벌 기후 변화로 자연재해 빈도와 강도가 높아지면서 손해보험사의 보험 손실비율(combined ratio)이 상승 압력을 받고 있습니다. 2024~2025년 허리케인, 캘리포니아 산불 등의 사례가 이를 보여줍니다.
- 금리 인하 사이클의 영향: 처브는 보험료를 수취한 뒤 채권 등에 운용합니다. 금리가 빠르게 내려간다면 새로 투자되는 자산의 수익률이 낮아져 투자 수익 감소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 밸류에이션 프리미엄 부담: 버핏이 234달러에 사던 처브를, 지금 현재가에 사는 것은 안전마진이 그만큼 줄어든 상태에서 투자하는 것입니다.
버핏의 아이디어를 응용하는 현실적 대안
직접 처브 주식을 매수하기 부담스러운 투자자라면 관련 ETF를 통해 간접 접근하는 방법도 있습니다.
미국 상장 보험 섹터 ETF
- KIE (SPDR S&P Insurance ETF): 처브를 포함한 미국 주요 손해보험사에 분산 투자합니다.
- IAK (iShares U.S. Insurance ETF): 미국 보험업 전반을 추종하는 ETF로, 처브의 비중이 상위권에 포함됩니다.
국내 투자자를 위한 참고 포인트 미국 보험주를 국내 ETF로 접근하는 상품은 아직 제한적입니다. 다만, 한국거래소(KRX)에 상장된 미국 주식 ETF 중 금융 섹터를 담은 상품들을 통해 간접 노출은 가능합니다. 환헤지 여부와 보수율을 반드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 버크셔 해서웨이 13F 공시 직접 확인하기 (SEC 공식 사이트)
SEC EDGAR에 실제로 공개된 버크셔 해서웨이의 13F-HR 공시 목록. 가장 최근 공시는 2026년 2월 17일 제출분(2025년 4분기 기준)이며, 그 이전 분기들의 제출 이력도 모두 확인할 수 있습니다. 각 ‘Documents’ 링크를 클릭하면 해당 분기의 전체 보유 종목 목록을 내려볼 수 있습니다.
버핏의 신호를 해독하는 법 — ‘머니 마인드’가 먼저다

『워런 버핏 웨이』의 마지막 장은 이렇게 묻습니다. 왜 버핏의 원칙을 ‘아는’ 사람은 많은데, 실제로 그 길을 ‘걷는’ 사람은 드문가. 답은 머니 마인드(Money Mind) 에 있습니다.
버핏은 2017년 주주총회에서 자신의 성공 비결을 이 한 단어로 요약했습니다. 높은 IQ나 복잡한 모델이 아닙니다. 공포와 탐욕의 파도 속에서도 감정에 휩쓸리지 않고 합리적 판단을 유지하는 기질, 자신의 원칙을 끝까지 고수하는 지적 정직함입니다.
버핏이 3,730억 달러의 현금을 들고 기다리는 동시에 처브를 꾸준히 매수하고 있다는 사실은 모순처럼 보이지만 실은 일관된 논리입니다. “시장 전체가 비싸 보이지만, 여기 하나 확실히 알고 있는 싼 것이 있다”는 태도입니다. 미스터 마켓이 보험업을 외면하는 동안, 버핏은 자신이 50년 넘게 직접 운영해온 비즈니스 구조가 처브 안에 있다는 사실을 조용히 확인하고 있었을 뿐입니다.
지금 처브를 따라 사는 것보다 더 가치 있는 일은, 버핏이 왜 그 종목을 선택했는지를 이해하고 같은 기준으로 아직 시장에 알려지지 않은 기업을 스스로 발굴하는 연습 을 하는 것입니다. 13F 공시는 결과이지 과정이 아닙니다. 버핏이 보여준 길의 핵심은 ‘무엇을 샀느냐’가 아니라, ‘왜 그 가격에 확신을 가질 수 있었느냐’입니다.
⚠️ 투자 유의사항: 이 글은 정보 제공 목적으로 작성되었으며, 특정 종목의 매수·매도를 권유하지 않습니다. 투자 결정은 본인의 판단과 책임하에 이루어져야 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