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이 다시 1,410원을 돌파했죠? ‘한국은행이 금리 동결할 것 같은데…’라고 생각했던 분들, 그런데 왜 외국인들은 9월 한 달에만 12조원이 넘는 국채를 팔아치웠을까요?
오늘은 2025년 9월 채권시장을 뒤흔든 외국인 국채 대량 매도 현상의 진짜 의미를 파헤쳐보겠습니다.
역대급 매도 폭탄, 숫자로 본 현실
2025년 9월 19일부터 29일까지, 단 7거래일 동안 벌어진 일입니다.
외국인들이 국채 선물을 **12만 3,761계약 (액면가 12조 3,761억원)**을 순매도했습니다. 특히 9월 24일 하루 매도량은 역대 하루 순매도 기준 다섯 번째로 많았습니다.
이게 단순히 9월만의 일일까요? 아닙니다. 이미 5월부터 조짐이 있었습니다.
10년 만기 국채선물(10선)은 5월 8만 6,069계약, 6월 6만 8,304계약, 7월 1만 6,976계약을 순매도했고, 7월 16일 기준으로 누적 순매수 포지션이 -1,336계약으로 마이너스 전환됐습니다.
2024년 5월 이후 1년 2개월 만에 처음으로 외국인이 순매도 포지션을 취한 거죠.

2025년 외국인의 11조원 규모 국채 순매도 추이를 시각화한 이미지
1️⃣ 외국인 매도 규모 타임라인
🔹 2025년 5월7월 ✅ 5월: 8만 6,069계약 순매도 ✅ 6월: 6만 8,304계약 순매도 ✅ 7월: 1만 6,976계약 순매도 → 7월 16일 누적 포지션 -1,336계약으로 전환
🔹 2025년 9월 1929일 (7거래일) ✅ 총 12만 3,761계약 (12조 3,761억원) 순매도 ✅ 9월 24일 하루 매도량: 역대 5위 기록 ✅ 9월 19일부터 7거래일 연속 순매도
금리 동결 기대가 무색해진 3가지 이유
한국은행은 8월 28일 기준금리 2.50%를 동결했습니다. 그 전인 5월 28일에는 2.75%에서 2.50%로 인하하기도 했고요.
그런데 외국인들은 왜 이렇게 국채를 팔아치웠을까요?
2️⃣ 한미 금리차 1.75%p의 무게
2025년 9월 17일,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가 기준금리를 **0.25%p 인하해 4.004.25%**로 낮췄습니다.

1.75%p로 벌어진 한미 금리차를 직관적으로 보여주는 시각 자료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 2.50% vs 미국 4.25% (상단 기준) 한미 금리차가 무려 1.75%p입니다.
외국인 입장에서는 이렇게 생각하겠죠. “한국 국채 수익률 2.5%인데, 환헤지 비용까지 감안하면 메리트가 없네?”
게다가 원달러 환율이 9월 하순 1,410원을 돌파하면서 환차손 우려까지 더해졌습니다. (9월 29일에는 달러 약세로 1,398.7원까지 하락했지만요)

외국인 국채 매도로 인한 원화 약세와 환율 1,410원 돌파 현상 설명
3️⃣ 글로벌 장기금리 상승의 파도
한국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미국, 일본, 호주, 독일, 프랑스 등 주요국의 10년물 국채 금리가 일제히 상승하고 있습니다.
왜 그럴까요? 재정적자 우려 때문입니다.
특히 미국은 트럼프 정부의 정책 불확실성과 재정적자 확대 전망이 겹치면서 장기 국채 금리가 상승 압력을 받고 있습니다.
외국인들은 이런 글로벌 금리 상승 국면에서 한국 국채 선물 시장에 숏포지션(매도)을 쌓고 있는 거죠.
채권 전문가들은 이렇게 분석합니다. “외국인이 롱포지션(매수)을 청산한 게 아니라 숏포지션을 신규로 구축하고 있다.”
4️⃣ 듀레이션 조정: 차익실현의 시간
여기서 **‘듀레이션 조정’**이라는 용어가 나옵니다. 어렵게 들리지만 쉽게 설명하면,

장기채 투자자가 직면한 듀레이션 위험과 금리 변동성을 시각화
듀레이션이란 채권 투자자가 원금을 회수하는 데 걸리는 평균 기간입니다. 만기가 길수록, 금리가 낮을수록 듀레이션이 길어지죠.
문제는 듀레이션이 길면 금리 변동에 민감하다는 겁니다. 금리가 1% 오르면 채권 가격은 듀레이션만큼 떨어집니다.
외국인들은 2024년까지 원화 강세를 예상하고 한국 장기채(10년물)를 많이 샀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환율이 1,400원을 넘으면서 **“이제 차익실현하고 빠져나가자”**고 판단한 거죠.
실제로 시장 관계자들은 “원화 강세 베팅을 회수하는 과정”이라고 분석합니다.
환율과 채권시장, 직접적인 영향은?
외국인의 국채 매도가 우리 생활에 미치는 영향을 정리해봤습니다.
5️⃣ 원/달러 환율 상승 압력
외국인이 국채를 팔면 받은 원화를 달러로 바꿔 본국으로 송금합니다.
이 과정에서 원화 매도 → 달러 매수 압력이 발생하고 환율은 상승(원화 약세)하게 되죠.
실제로 9월 하순 외국인의 7거래일 연속 매도에 원/달러 환율이 1,410원을 돌파했습니다. (9월 29일에는 미국 PCE지수 발표로 1,398.7원까지 하락)
환율이 오르면 어떻게 될까요? ✅ 수입 물가 상승 (휘발유, 해외 직구 상품 등) ✅ 해외여행 경비 부담 증가 ✅ 외화 표시 부채가 있는 기업의 이자 부담 증가
6️⃣ 국채 금리 상승 = 채권 가격 하락
외국인이 국채를 팔면 채권 시장에서 매도 물량이 늘어나고 채권 가격은 하락합니다.
채권 가격과 금리는 반대로 움직이므로 국채 금리는 상승하게 되죠.
실제로 3년 만기 국고채 금리는 9월 29일 기준 **연 2.563%**를 기록했습니다. 이는 4월 2일(2.584%) 이후 5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입니다. 9월 19일부터 7거래일 연속 상승했고요.
10년 만기 국고채 금리도 2.90% 수준까지 상승했습니다. 다만 시장 관계자들은 “10년물 2.90%는 금리 상단으로 인식돼 저가매수세가 유입되고 있다”고 분석합니다.
금리가 오르면 어떤 영향이 있을까요? ✅ 대출 금리 인상 - 주택담보대출, 신용대출 이자 부담 증가 ✅ 채권형 펀드 손실 - 장기채 위주로 투자한 펀드의 평가손실 ✅ 기업 자금조달 비용 증가 - 회사채 금리도 동반 상승
7️⃣ KTB 선물시장의 변동성 확대
외국인은 국채 선물시장에서 3년물 44%, 10년물 53%의 거래 비중을 차지합니다. (2022년 기준)
이들의 매도가 지속되면 선물 시장 전반의 변동성이 확대되고 다른 투자자들의 매매 심리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칩니다.
특히 추종 매매(헤르딩) 현상이 발생할 경우 급격한 금리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자본시장연구원은 보고서에서 “외국인 투자자들이 대규모로 국채를 매도하고, 타 외국인들이 이를 추종하여 연쇄적으로 매도하는 경우 국채금리가 급등하고 원화가치가 하락하는 등 금융시장의 변동성이 크게 확대될 수 있다”고 경고했습니다.
전문가의 시선: ‘커브 스티프닝’ 쉽게 이해하기
채권 시장을 이야기할 때 **‘커브 스티프닝(Curve Steepening)‘**이라는 말이 자주 나옵니다. 도대체 무슨 뜻일까요?
8️⃣ 수익률 곡선, 그게 뭔데?
**수익률 곡선(Yield Curve)**이란 만기별 채권 금리를 그래프로 나타낸 것입니다.
보통은 만기가 길수록 금리가 높아서 우상향하는 곡선을 그립니다. (3년물 2%, 5년물 2.5%, 10년물 3% 이런 식으로)

채권 시장에서 발생하는 커브 스티프닝과 금리차 확대 개념 설명
**‘스티프닝’**은 이 곡선이 더 가파르게 기울어지는 걸 말합니다. 즉, 장기 금리가 단기 금리보다 훨씬 빠르게 오르는 현상이죠.
예를 들어, • 3년물: 2.0% → 2.1% (0.1%p 상승) • 10년물: 3.0% → 3.5% (0.5%p 상승)
이렇게 되면 3년-10년 금리차가 1.0%p에서 1.4%p로 벌어지면서 곡선이 가팔라집니다.
현재 한국 채권시장에서도 10-3년 금리차가 50bp(0.5%p)를 시도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습니다.
9️⃣ 왜 커브 스티프닝이 중요할까?
커브 스티프닝은 시장이 “앞으로 경기가 좋아질 거야” 또는 “인플레이션이 다시 오겠는걸?” 이렇게 예상할 때 주로 나타납니다.
장기 투자자들이 “나중에 물가가 오르면 어쩌지?” 걱정하면서 더 높은 금리를 요구하기 때문이죠.
개인 투자자 입장에서는 ✅ 장기 채권형 펀드의 손실 가능성 증가 ✅ 주택담보대출 금리 상승 (장기 고정금리 특히) ✅ 예금보다 단기 채권이 유리해질 수 있음
향후 전망: 한국은행의 딜레마
한국은행은 지금 진퇴양난에 빠져 있습니다.
금리 인하 vs 금융안정
경기 부양을 위해서는 금리를 더 내려야 합니다. 실제로 2025년 9월 통화신용정책보고서에서도 **“경기의 하방압력이 확대”**된다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금융안정 측면에서는 고민이 깊습니다. • 수도권 주택가격 상승 기대 유지 • 가계부채 증가세 (6월 5조 9천억원 증가, 21년 9월 이후 최대) • 한미 금리차 확대에 따른 자본 유출 우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금융안정 상황을 점검하면서 통화정책을 운용하겠다”고 신중한 입장을 보이고 있습니다.
10월 금리 결정을 앞두고 “올해 추가 금리 인하가 어렵다”는 전망도 나옵니다.
1️⃣1️⃣ 개인 투자자는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전문가들이 제시하는 실용적인 팁을 정리했습니다.
🔹 채권 투자자라면 ✅ 장기채 비중을 줄이고 단기채 중심으로 포트폴리오 조정 ✅ 듀레이션이 짧은 상품으로 갈아타기 고려 ✅ 금리 변동성이 큰 시기에는 채권형 펀드보다 MMF나 RP 활용
🔹 대출이 있다면 ✅ 변동금리 대출은 고정금리 전환 검토 ✅ 단, 금리가 정점을 찍었다면 변동금리가 유리할 수도 ✅ 중도상환 수수료 없는 상품으로 갈아타기
🔹 환율 헤지 ✅ 달러 자산 일부 편입 (달러 예금, 해외 ETF 등) ✅ 해외여행 계획이 있다면 환율 1,400원대에 미리 환전 ✅ 수출 기업 주식도 고환율 수혜주로 주목
🔹 장기 관점에서 ✅ 변동성은 위기이자 기회입니다 ✅ 금리가 높을 때 우량 채권을 싸게 살 수 있는 기회 ✅ 분산 투자 원칙 유지

변동성 시기에 대응하는 자산 배분과 리스크 관리 전략 시각화
국채시장 (기획재정부)
채권정보센터 (금융투자협회)
실시간 환율 조회 (씨티은행)
환율 동향 (한국경제)
한국은행 공식 홈페이지
미국 연방준비제도 (Fed)
마무리하며
2025년 9월, 외국인의 12조원 국채 매도는 단순한 차익실현을 넘어서 글로벌 금융시장의 구조적 변화를 보여주는 신호입니다.
한국은행의 금리 정책만 보지 말고 미국 연준의 움직임, 글로벌 장기금리 흐름, 그리고 환율 변동까지 함께 봐야 합니다.
듀레이션 조정이라는 낯선 용어도 결국 “장기채보다 단기채가 안전하겠다”는 외국인들의 전략이라고 이해하면 쉽습니다.
변동성이 큰 시기일수록 분산 투자와 리스크 관리가 중요합니다. 채권, 주식, 달러 자산을 적절히 배분하고 대출이 있다면 금리 고정을 고민해보세요.
금융시장의 변화를 두려워하지 말고 기회로 활용하는 지혜가 필요한 시점입니다.